이 뭔...
이 뭔 상처뿐인 관계냐 그치만얘들아이게맞는해답일수도있어하핫핫핫
파이팅합시다.어떻게든되겠죠.

 

 

달그락거리는 소리. 계절에 맞지 않는 선풍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건조한 공기와 아스라이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소음도 공기의 흐름도 이 공간과 분리된듯, 소란스럽게 고요한 공간.

금색 눈동자와 마주친다. 말투는 그대로, 웃음은 억지인가? 자신의 말이 혹시 상처가 되지 않았나 짧은 시간 살폈다가 곧 그만두었다. 그 정도의 무게를 가졌다면 이런 대화까지 할 일도 없었겠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옷에 새겨진 역삼각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뒤집힌 채 붉을 때 누군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 너와 닮은 다른 개체들이 누가 있느냐고. 답이 되는 이들은 소소하게 인원이 바뀌었지만 늘 한결같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가 헬리오스였다. 성격 닮음 부분, 대상.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생각하는 것이 대체로 비슷했으므로 속내를 모를 수가 없었고, 기저에 미묘한 자기혐오가 깔려있는 것까저 같았으므로 자신과 닮은 타인을 자신처럼 껄끄러워 했다. 싫은 때도 많았다. 완전히 같냐 하면 그건 또 아닌데 웃긴 것은, 닮지 않은 부분은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절반은 서로 똑같고 절반은 완전히 반대고, 인간이라는 건 참 신기하지.

대략 그런 느낌의 성격 둘이 부딪히면 당연하지만, 별 것 아닌 일로 싸운다. 약점을 보이면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건드려 자극하고, 웃는 얼굴로 속을 긁다 보면 둘 중에 그 날 조금 더 너그러운 쪽이 휴전을 말한다. 헬리오스는 장난스럽게 말을 돌리고, 나니아는 표정을 정리하며 사과하는 방식으로. 대략 그렇게, 나름? 잘 조절되어 왔던 관계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슬아슬했던 건지. 양측 다 여유가 없으니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다가...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니아 오닐라이트는 생각이 많다. 이것도 그 지긋지긋한 구역에서부터 시작되어 온 습관이다. 온갖 부정적인 상상을 멈추지 못해 최악의 최악까지 치달아 가는 것도, 흰색을 좋아하면서도 벽지는 절대 희게 바르지 않는 것도,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잠들지 못하는 것도, 밝은 조명을 꺼리는 것도, 빈 공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환경을 거북하게 여기는 것도, 자신의 행동에 결과가 되돌아오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전부. 그렇다. 두려웠다. 자신은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까봐, 영원히 그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아득한 공포와 함께 숨쉬어야 할까봐.

 

그래, 벽을 보고 대화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낄 때에 유독 그랬다. 목소리가 닿지 않고 의미없는 메아리만 되돌아오면, 그건, 정말로... 사방이 막힌 듯한 기분이 들어서.

"......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그러자. 미안해."

 

 

활주로를 부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자신을 위해 세계를 벗어나면서 뒤에 소중한 것들을 두고 왔다. 아, 그때와 똑같아! 이쪽이 자신에게 "더 나은" 방향이라는 것까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회하게 될까? 아니다, 이 역시도 일어날 일이었을 뿐이다. 그냥 이렇게 될 미래였던 거다. 다시 만나게 될까? 그건 모르지.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당분간은 아니다. 그는 태양이고 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어디에서 빛나든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감이니까. 한 사람 지워진 정도로는 티도 나지 않겠지.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어쩐지 홀가분함을 느꼈다.

 

아, 그렇구나. 이것이 자의로 행한 나의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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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8.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