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ing… | Checking... |
“ 리안이 여기 있어! ” | “ 아무런 의미가 없단다… ” |
곱슬거리는 분홍빛 머리카락이 드리우는 밝은 금색 눈은 언제나 찬란해서, 그의 능력의 영향을 늘상 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게 한다. 한쪽 귀에는 덩달아 반짝이는 작은 피어스가 보인다.
맨살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인 실험복은 발목까지 길게 늘여 다른 개체들이 지급받은 것과 같은 옷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늘 어렴풋이, 기괴한 색색의 빛이 아롱졌다. 이게 무언가 하고 유심히 보면 원반 같기도 하고, 접시 같기도 한 그것은 허공에서 휘청거리다가 금색 머리칼 사이로 쏙 사라지곤 했다. 그러면 턱 아래서 정돈된, 옅은 금발을 가진 개체는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가, 맞은편의 사람을 발견하고 온화하게 웃어보인다. 가늘고 가지런히 뻗은 눈매 아래의 분홍색 눈동자, 단정한 얼굴.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귓바퀴에는 무언가 반짝거린다.
Marian O’Neillight | Narnia O’Neillight |
마리안 오닐라이트 | 나니아 오닐라이트 |
개체명 | |
AD8250 | AD8251 |
출신 구역 | |
M 구역 | N 구역 |
바코드 | |
왼쪽 허벅지 안쪽 | 오른쪽 허벅지 안쪽 |
신체 정보 | |
MALE, 12세, 142cm |
능력
HYMN
HYMN, 찬송, 혹은 찬송가를 이르는 단어가 그 능력에 붙은 까닭은 지극히 직관적이고 간단했으니 AD8250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에 직선상의 빛이 쏘아지는가 하면 그 자신의 의도한 형태를 두리뭉실하게 띄기도 하는데 어떠한 형체를 이루던지 주변으로 은은한 후광을 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다만 그 형태라는 게 AD8250의 컨트롤이 미숙한 탓에 모양이 확실하지는 않다. 구름같기도 하고 뾰족한 무언가 같기도 했다. 대신 넓은 면적으로 펼칠 시 빛 혹은 자신이 받아야 할 피해를 반사시키는 역할도 겸했다. AD8250은 이러한 능력을 우산 정도로 사용했던 모양이지만….
이름의 유래는 하나 더 있다. 어쩌면 이쪽이 더 중요하고 큰 이유였을지 모르나 가장 먼저 언급되지 않은 연유란 확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본따 찬송, 신을 우러러보듯 기도를 올리는 시늉을 하면 HYMN은 그 말에 대답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게 일종의 사념체인지 AD8250의 정신착란인지 연구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 코아틀의 최종병기로써 명령 이외 지식이 필요 없는 역할 상 AD8250에게 기도라는 행위를 학습시킨 일이 없으니 두 손을 모으는 동작 자체가 HYMN으로부터 배운 것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은 생길지도 모르나… 역시 본인 외 어느 개체・연구원도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으니 분쟁은 금방 흥미를 잃고 주제를 바꿨다. 여담이나 심리검사 결과에서 연구소, 그리고 연구원들의 말 이상으로 HYMN을 맹신하는 신앙심은 확인되지 않았다. 친구…정도로 느끼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손을 모으는 거지?
여타 다른 개체 중에는 종종 주어진 능력이 사용자와 상성이 맞지 않거나 하물며 공격하는 사례까지 관측된 와중에 사념체(일단 일각에서는 이런 취급을 한다.)로 기능하는 HYMN이 AD8250에게 비협조적일 경우에 관한 우려가 나왔으나 다행히 둘의 사이는 원만한 것처럼 보인다. 원만하다 못해 기도를 할 때가 아니어도 종종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하곤 했다. 다른 개체들과 붙여두어도 원만하게 화합을 이루는 AD8250의 성격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주변에서 보기에 그저 허공에서 혼잣말을 하는 모습 외 무엇으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라는 점 뿐…….
즉 미확인 비행물체. 빛을 발하며,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고, 자유롭게 비행한다. 일종의 정신체이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약간의 인력을 가지고 있어 가벼운 물건 정도는 끌어당길 수 있으므로 그 기묘한 모습에 기인하여 이름붙었는데, 작은 물건을 끌어당긴 뒤 흡수해 보관하거나 기묘하게 일렁이는 빛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대체 어찌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난도질하기도 했으므로 후에는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평가되었다.
대개 UFO라고 생각되는 형태를 띈다. (AD8251은 UFO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도 그런 형태를 띈다는 그 자체로도 UFO스럽다.) 대개는 빛무리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추측하기를 접시, 혹은 타원형 구체로 보여지는 편이다. 추측인 이유는 그것이 분석은 커녕 손에 잡히지조차 않기 때문으로, AD8251의 협조가 있으면 가능할지도 모르나 현재 그의 능력으로는 그것을 가둬두는 게 고작이다.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UFO는 AD8251의 의지를 벗어나 임의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무작위의 대상에게 환각, 환청을 보여주며 혼란시키고 간혹 물리적 타격을 입히기도 하므로, 안전을 위해 평소에는 AD8251의 “머릿속”에 넣어 보관한다. 그로 인해 본인 역시 환각과 환청에 동반되는 두통에 시달리며, 그것들은 간헐적으로 무엇인가를 “예지”해주기도 한다.
머릿속에 오랜 시간 가둬두는 경우, 답답해서인지 AD8251의 머릿속을 공격한다. 초재생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미쳤을지도 모를 정신적, 물리적 고통에 이어 UFO는 앞일을 억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변하지 않는 풍경, 이를테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미래의 AD8251…… (이는 초교감으로 억제할 수 있겠으나, 아직 시도해본 일이 없다.)
UFO
성격
사교적이고 자신감 넘치며 수다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니 주위 누구에게나 협조적으로 접근하여 경게당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사물은 보는 방향에 따라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다지만 이 개체의 타고난 성정이 마이너스로 기울어진 일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M구역에서 홀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존재 자체가 그 증명이니까. 상대의 필요를 먼저 알아채는 눈썰미, 자신이 자신있는 주제로 화제를 능수능란하게 뒤바꾸는 화술은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을 텐데도.
그 출처라 하면 몇 군데 짐작가는 바는 있는데, 우선은 HYMN. AD8250와 함께하는 사념체가 먼저 화두에 오른다. 그건 연구원들이 아마도 고의로 학습시키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알고 AD8250에게 가르친다. 가르친다고 해도 완전한 타인이 아니니 눈에 띄게 학습능력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제가 제자리를 빙빙 돌 때도 있었으나 쉴 새 없이 계속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는가인데 이 논쟁은 HYMN을 사념체로 정의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 고로 아직 매듭 지어지지 않은 관계로 넘어가도록 한다. 다만 그만큼 끊임없이 소통한다는 행동이 필요 이상의 정보를 흡수시켰다는 결과만은 확실히 남는다.
다른 하나는 그의 분신이라고 불러도 될 개체의 존재. 각 구역에 배치되기 전까지 타인과 생활한 경험은 여타 개체와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과 다른 행동・사고・논점・관심사・가치관이라 할지라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 말이다. AD8250는 그것이 가능했다. HYMN 뿐만 아니라 분신 개체(일부 연구원들은 HYMN을 제외한 분신 개체의 존재만을 인정한다.)와의 연결고리가 지금의 AD8250을 만든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한다. 호의를 베푼다. 선행을 실천한다. 간단하나 생물로서의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는 요소를 AD8250는 가지고 있었던 거다. 사고하고 움직이는 생물이, 최대이익만을 추구해야 할 과정에서 구태여 손해를 감수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들으면 미담일지 모르나……. 이곳에서는 ‘병기'가 ‘사람’을 흉내낸다는 오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예민한, 다정한, 비겁한, 악하지 않으나 선하지도 않은, 무기력한, 친절한, 의뭉스러운, 섬세한, 체념한, 여유로운, 우울한… 자아라는 것은 으레 복잡하기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높은 수준의 사교력과 친화력을 가졌다. 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상냥함,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웃으며 받아주는 다정함, 사소한 것을 기억해주는 섬세함, 발화점이 높다못해 아예 끓을 줄 모르는 개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
오랜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개체여서인지 주체적인 활동이 적다. 좋게 말하면 순종적이며, 나쁘게 말하면 무기력하다. 본인의 능력이 꽤나 폭력적으로 앞일을 알려주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법도 없다.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던 미래는 정해진 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탈력감과 패배감을 호흡할 때마다 절감한다.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비겁하다는 뜻이다. 곤경에 처한 누군가가 자신의 눈 앞에 있다면 일으켜 주겠지만, 그를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어떠한 수고를 더하지 않는다. 나서서 선행하지 않고, 불의는 신경쓰지 않고 넘긴다. 그야, 그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
특징
AD8250은 이러한 큰 결함을 가진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한 구역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다. ‘협력’을 우선하는 환경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아마 그는 마지막까지 남았겠지.
그가 머물렀던 환경은 단순하나 단순하지만은 않아 골치였다. 예측불허의 자연과 겨루어야 하는 환경도 꽤나 골치가 아프지만 해당 구역은 다른 ‘개체'를 상대해야 했으므로. 사전에 각기 다른 키워드, 단서 등을 제공한 뒤 비정기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달성하지 못한 개체부터 탈락시키는 구역이었다. 고려할 것은 많았으나 크게 분류하자면, 먼저 (1)미지의 병기들과 대립할지 혹은 상호 협력할지 선택해야 했다. 무작정 다수의 개체를 적으로 돌려서는 생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그 다음으로는 (2)소수 조합을 유지할 것인지 필요에 의해 무리를 변경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소수 조합은 행동에 제약이 없으나 여차할 때 기능적 결여가 약점이 된다. 다수의 무리를 짓는다면 협동에 어려움을 겪는 대신 상황을 타개할 선택폭이 넓다. (3)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구분하는 방법 역시 알아야 했다. 자신이 가진 정보가 상대에게 유익하고 상대의 정보가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이라면 협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AD8250은……. 이러한 과제를 전부 해결했다는 뜻이 된다.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으면서.
—꽤 위협적이군, 이쪽은.
괜찮습니다, … … 했으니까… … 하면…
… … 재생까지 900초… …
저게 뭐야? / 글쎄? UFO일까.
UFO가 뭐야? / 미확인-비행물체…
외계에서 온 비행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무엇을 하는데? / 사람들을 잡아간단다!
어디로? / 글쎄. 다른 세계?
AD8251_ 의 최초의 기억은 누군가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정도 지난 후에는 그것이 거울이라 생각했고, 또 어느정도가 지난 후에야 그것이 자신과 똑 닮은 개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기억, 그들은 “기계”라고 불리는 큰 물건들과, “연구원”이라고 불리는 큰 개체들과 함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많은 일들을 했다. 이상한 기계에 들어가기도 하고, 팔뚝에 뭘 꽂기도 하고, 머리 위로 아롱지는 기묘한 빛을 잡으려 손을 뻗어보기도 했다. 머리는 다양한 강도와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아팠고, 붉은 색과 비릿한 향에 익숙해졌다. 잠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었고, 그 때에는 자신과 닮은 그 개체의 옆에 붙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거나, 누군가 가져다 둔 책을 읽거나, 흰 돌과 검은 돌을 뒤집는 게임도 하고, 장신구를 궁금해하는 상대를 위해 나란히 귀를 내어주기도 했다. AD8251는 예민했으나 그와 있을 적만은 얌전하고 순해졌으므로 두 개체를 함께 두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기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인 물은 흐르지 못하는 법이라, 오히려 상대가 없을 적의 예민함이 더욱 심해지자 결국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구역)으로 나뉘어 옮겨지게 된다.
UFO_ 라고 불리게 된, 그의 주변을 떠다니는 빛무리는 그의 원래 성격만큼이나 포악했다. 툭하면 주변을 공격하고 괴롭히기만 해서 AD8251가 제일 처음 익힌 능력은 그것을 자신이 흡수해 머릿속에 가둬두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것은 못내 불만스러웠는지 어떠한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시작했는데, 그 날 오셀로에서 진다던가,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기계에 들어간다던가, 고통 끝에 피를 쏟는다던가…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는데, 그것들이 모두 현실이 되자 AD8251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쌍둥이 개체와 떨어져 혼자가 된 장면을 보여주었을 때, AD8251는 “연구원”들에게 분노하며 악을 써댔고… … 얄궂게도 그 행동이 두 개체가 갈라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보여준대로 이루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
district N_ 체감넓이가 가장 좁은 구역 중 하나.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m인 하얀 방. 단지 그뿐이다. 안에는 어떠한 물품도 기구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방이 끝없이 늘어서있다. 주변은 온통 하얗고, 자신과, 머리 위에서 불쾌하게 아롱지는 빛 외에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누군가 꺼내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된다.” 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그는 대답했다. “좆까.” 그러나 탈출을 위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그에게, 그가 방해된다며 머릿속에 쑤셔넣은 빛무리는 “최후의 생존자”가 된 그의 미래를 다정스레 알려주었다. AD8251는 납득할 수 없었으나, 실패가 거듭되고 반복될수록 점차 의지를 잃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끝내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숨만 쉬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누군가”가 그를 축하하며 구역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에, 그는 비로소 그것이 제 미래가 맞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자신이 했던 모든 개고생은 의미가 없었다고… …
그리하여 세계와 인류를 위한 병기가 완성되었다.
N구역, 총 1개체 확인. 회수를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_ 지시에 따르는 것,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미래를 기다리는 것.
좋아하는 것_ 쌍둥이, 그리고 그와 관련된 것.
싫어하는 것_ 싸움, 분란, 반항, 자유.
그 외_ 오른손잡이. 호불호는 거의 없고, 목소리는 작다. 연구원으로부터 배운듯한, 어른스럽고 느긋한 말투를 쓴다.
2022. 3. 8.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