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너무 갠록이 되어서 따로 ... ... (죄송합니다) (갠록맞음 마리안서사절반은제거임)
그냥 보시면 되시는데 갠록은 나중에 UFO 불 끄고 한 번 더 보시면 됩니다.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개인실을 쓸 수 있다는데."

능력 사용 중의 뇌파를 기록하는 정기적인 검사 이후 기계를 벗겨내던 연구원이 살갑게 말을 붙인다. 멍한 눈을 뜨고 습관처럼 웃으며 올려다보면,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으켜주는 손길이 퍽 부드럽다. 신청하실래요? 여럿이 있으면 피곤해보이던데. 지나치게 눈치가 빠른 이들과 오래 부대끼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간파당하는 지점을 나니아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아뇨, 괜찮아요. 하고 거절하는 말에 상대는 예상 외인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 자는 건 무섭거든요. 덧붙인 이유가 농담인 줄 알고 웃기까지.

 


Marian 과 Narnia의 이름이 각각 M구역과 N구역에서 이니셜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은 코아틀 내에서 꽤 공공연하다. 나니아는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 N 글자를 볼 때마다 기묘한 감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체감넓이가 가장 좁은 구역 중 하나. 열 몇 발짝만 걸어도 벽에 부딪히고 낮밤은 고사하고 시간조차 알 수 없는 곳. 벽 자체가 빛을 발하는지, 사각이 없기에 그림자조차 지지 않는다. 타인이 없으니 스스로를 돌볼 이유도 없다.


아무것도 행해지지 않았으므로 역설적으로 개체의 정신적인 부분으로는 철저한 개조가 이루어졌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만 견딜 수 있는 곳에서, 하염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에 충분히 넉넉했다. 구역에서 나온 AD8251은 그 이전까지의 정보가 깨끗이 지워진 백지와 같은 상태였다. 다만... ...

 

 

구역에서 나오고 쌍둥이와 다시 만나 방에 틀어박힌 3일 간. AD8250은 함께 지내던 시절의 기억을 AD8251에게 온전히 돌려주었다. 말과 행동, 표정과 몸짓. 두 개체가 함께 쌓아온 시간과 추억들. AD8251은 그것을 온전히 흡수했고, 이내 그것이 자신의 전부가 되었다. 그것밖에는 남은 게 없었다. 마리안 오닐라이트가 증언해주는 것 외에는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나니아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니아는 그것을 평생 생각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덧붙임에 걱정이 느껴지는 듯해서, 조심스럽게 그를 쓰다듬을 때에도.

 

10년의 시간동안 나니아 오닐라이트의 삶에는 많은 것이 끼어들었다. 첫 공동생활, 첫 인간관계. (인간은 아니지만, 어쨌든.) 웃고 울고 떠들고 침울해하고 얼굴을 마주보고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고 그 이상의 체온을 나누는 친구들. "우리 친구야" 라는 말로 확언받지 않아도 그는 모두를 "친구"라고 부르고 어느새 그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시절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매 순간 자신의 존재가 건재함을 증명해주는 이들이 소중하다고 깨달았을 때에도... ... 그는 불현듯 마리안 오닐라이트를 다시 잃어버리고 그 구역으로 돌아갔다.

 

어렸을 때의 그는 그럴 때마다 견딜 수 없는 두려움만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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